율목정 - 거지 급식
율목정 - 거지 급식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3.04.0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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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집에오면 배가 고프다며 밥부터 찾아요. 전국 제1의 살기 좋은 도시라는 과천에서,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배를 곯아야 합니까?”

  이제는 용어조차 생소한, ‘거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학부모들이 분노하고 있다. 올해 만도 78억원 이상을 교육 환경 개선 예산으로 편성해 놓은 과천시에서 ‘거지급식’, ‘거지 식단’이라는 용어가 문원초 학부모들 사이 떠돌고 있다.

  관내 아파트의 재건축 이후 부쩍 학생수가 늘어난 문원초등학교는, 30년전에도 2부제 수업이 운영되던 과대학교였다. 당시 구 본관 건물만이 달랑 있었던 문원초교는 이후 재건축 이주등을 통해 한때 학생 수가 줄었었으나 2,3단지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다시 과대학교, 과밀학급이 됐다.

  이어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급식실이 지어졌지만 2천여명에 육박하는 급식인원이 동시에 식사하기란 불가능해 하루 3차례 배식이 이뤄지는 문원초교가 신학기가 시작되면서 조리종사자의 결원으로 부실급식이 이어지고 있어 학부모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것이다.

  12명의 조리종사자 정원중 현재 1명 병가, 2명 결원으로 9명이 근무하고 있는 문원초는 종사자들은 종사자들대로 높은 노동 강도로 힘이 들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제때, 제대로된 식사를 할 수 없어 힘이 드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정상적으로 운영되더라도 1명의 조리원이 맡아야 하는 식수인원이 167명, 관내 다른 학교의 평균 117명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3명이나 결원됐으니 1명이 감당해야 하는 숫자는 217명까지 육박한다. 결국 임기응변으로 일품식이나 대체식을 제공할 수 밖에 없으나 이 또한 배식량이 부족해 고학년 학부모들을 기함시키고 있다.

  한창 골고루 잘 먹고 키가 커야할 나이에 있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영양공급은 커녕 절대량이 부족해 ‘배가 고프다’는 하소연을 들어야하는 일이, 우리 과천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놀랍다.

  때마침 급식실 종사자들 사이 ‘폐암의 발병율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고 경기도교육청 앞에서는 학교 공무직 노조원들의 처우개선 시위가 지난 겨울부터 내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지원자격을 갖춘 종사원들의 구직기피가 이어지고 잦은 퇴직이 이어져 도교육청은 물론 도내 각급 지원청의 담당자들도 곤혹스럽다.

  인력 증원도 무슨 무슨 위원회를 거쳐야하고 예산지원도 조례를 고쳐야 하고, 절차는 까다롭고 복잡하다. 아이들은 배를 곯고 있는데 말이다.

  도와주고 싶은 지자체도 답답, 교육당국의 늑장대응도 답답하니 학부모들의 속이 끓는다. 현재 임시 대체인력이 보강되고 4월10일이면 2명의 결원이 보충된다고 하니 2주 가량만 잘 견디면 될 듯하지만 아이 낳기 싫어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이가 많아서 받는 푸대접이 서럽다. 4월10일을 넘기고서도 종사자들에게만 떠넘길 수 없는 이 학교의 급식실 노동강도가, 한학기 내내 이어질까봐 부모들은 아슬아슬, 위태 위태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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