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목정-과천시민광장
율목정-과천시민광장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0.09.14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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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최고의 신도시, 정부종합청사가 있는 명실상부한 행정도시, 작지만 옹골찼던 과천시가 이달 들어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4일,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며 공공주택 확대방안 중 하나로 과천시민들의 심장, 허파와 같은 청사 유휴지와 청사 부지 일원에 공공 주택 4천호를 짓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 과천민심이 들끓고 있다. 그동안 여러차례 과천시가 이 유휴지의 활용방안에 대해 건의하면서 구애했지만 눈 하나 깜빡거리지 않고 비워두더니, 이젠 이곳에 4천 호의 공공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것도 사전에 협의는커녕 통보조차 해주지 않은채 기습적으로 마치 ‘내 땅에 내가 집을 짓겠다는데’ 하는 태도로 말이다. 정부 발표가 나자, 매년 가을이면 이곳에서 대규모 시민축제를 열고 3~4년전부터 가족단위 캠핑을 즐겼던 많은 과천시민들은 즉각 이곳을 ‘과천시민광장’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며 반대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누가 권유하거나 끌어내서 나온 시민들이 아닌, 자발적으로 굵은 장맛비를 뚫고 나온 시민들이 연인원 1만명을 넘어섰고 우산을 받쳐든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는 성난 민심은 ‘시민광장 절대사수’, ‘정책 철회’를 외치며 분노했다.

  그냥 그 자리에 있을때는 몰랐다. 이토록 이곳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장소인 줄…그러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것만 같았던 그 곳에 4 천호의 공공주택이 들어선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 과천시민들이 그 곳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는지를 새삼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속 모르는 타인들은 ‘님비현상’이라고 폄훼하기도 하지만 시민들은 그곳을 과천의 심장이라고 부르며 정책을 입안한 정부여당 소속의 국회의원에게 ‘책임져라’ ‘사퇴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공격을 받은 국회의원이나 시장, 시의회의장 모두 같은 여당 소속이지만 모두에게 이번 정책은 성난 시민들과 소속정당 사이에서 어느 한 편을 무작정 들 수 없는, 받아들이기 힘든 진퇴양난 시련이 될 듯하다. 아직 구체적인 개발계획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벌써부터 도하 일간 지에는 내년 분양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책발표 초기 ‘대체부지’ 또는 ‘3기 신도시 용적율 상향’ 카드로 이 국면을 풀어보자는 방법론도 대두됐지만 이 역시 ‘과천을 서울시민들을 위한 대체부지 정도로 여긴다’는 시민들의 분노 앞에선 어림없는(?) 대책일 뿐이다. 정말 정부는 인구 6만이 채 되지않는 과천시민들의 성난 민심은 안중에도 없는것인지… 시장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유휴지에 집무실을 차리고 업무에 임하고 있고 시민 서명, 집회가 계속되고 있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철회시킬 만한 합리적 명분, 대안을 찾아 정부와 담판을 지어야 한다.

  지금 당장의 부동산 정책도 중요하겠지만 과천의 심장같은 곳, 시민들의 가장 사랑하는 광장에 4천호의 주택이 들어서기 전에, 멀리 내다보고 소중한 것, 반드시 지켜야할 것은 지켜 다시 돌이키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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