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소방관은 자긍심으로 삽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소방관은 자긍심으로 삽니다"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1.07.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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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소방서 119안전센터 민병문 팀장 첫 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 출간

수익금으로 지병으로 사망한 소방관 유족돕기 나서

 

  '빨간 벨 위에/ 모포를 깔고/ 선잠을 청한다/ 가느다란 수화기에/ 숨가쁜/ 황색선을 넘나들어/ 검붉은 안개 속으로/ 갸날푼 수관에 호흡을 기댄 채/ 작다란 신음 속으로 몸을 던져//...(황색선을 넘나들며 중)'

  퇴직을 앞둔 현직 소방관이 삶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많은 순간을 뒤돌아보며 처녀시집 「황색선을 넘나들며」를 출간했다(도서출판 앰-애드).  과천소방서 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민병문(58) 팀장.  91년 8월 서른 가까운 늦은 나이에 소방관으로 배명받았고 3년전 과천소방서로 왔다.

  여타의 일반 공무원들에겐 빨간날, 파란날이 있지만 소방관들에겐 늘 일상이 부름의 선상에서 바턴터치 해야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황색선 넘나들듯 한 삶이었다고 고백하는 그가 소방관의 일상, 어머니 이야기, 아버지가 걸었던, 그리고 자신도 2년 반가량 겪었던 광산촌 이야기를 녹여 처녀시집을 펴냈다. 

 강원 영월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동우전문대 행정학과와 고려 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학업을 마치고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에서 근무한 경력을 비롯해 안 해본 일 없이 하다 소방관이 됐다.

  '파도가 닦아 놓은/ 금모래 은모래 위에/ 고운아이 살포시 앉아/ 남들이 볼 세라/ 제 이름자를 수놓고/ 방시란히 웃다가/ 도파에 이름 잃고/ 울며 불며 돌아갑니다(꿈)

  중학생때 처음 접한 후 쓰고 다듬고 했던 것이 시와의 처음 만남이었다. 이후 30년을 다듬었다는 작품 <꿈>으로 한국문인협회 안산시지부가 주는 신인상을 수상했으나 쓰고 고치기만 반복하다 처음으로 시집을 엮었다는 그는 이번 시집으로 근무중 지병으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는 동료 소방관들을 돕겠다는 각오를 품었다.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소방관들에게는 유독 스트레스도, 사고도 많고 그래서 갖가지 지병에 시달립니다. 그러다 현장이 아닌, 병상에서 생을 마감하는 소방관들에게는 아무런 명예도 보상도 없어 남은 가족들이 생활고에 시달립니다."

  민 팀장은 지난 23일 시집의 첫 수익금으로 2013년 안산소방서 당시 위암으로 사망한 동료의 부인에게 1백만원을 전달했다. 지금도 소방관들은 전국 어디든 동료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순직하면 월급에서 일정금액을 떼어 전달한다는 그는 시집의 수익금으로 20년 근무연수를 채우지 못해 연금 수혜도 받지 못한 채 병상에서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는 소방관의 가족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그의 이런 뜻을 아는 박정훈 서장등 과천소방서 동료들과 지인들이 한 두권씩 힘을 보태주고 있다. 

  "명절이나 휴일을 제대로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해 늘 미안하지만, 소방관은 자긍심으로 삽니다. 늘 가족보다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우선하는 직업이지요. 그래서 바램이 있다면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의 장례식에 대통령이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20일 30주년 근속상을 받은 그는 내년 퇴직을 앞두고 있다. 퇴직하면 자신의 시에 반해 결혼했다는 아내와 캠핑을 다니고 싶은 그는 슬하에 '소방관은 시키고 싶지않은' 아들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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