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목정- 공무원 관사
율목정- 공무원 관사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1.12.1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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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어느날, 소년소녀가장이 살고 있는 반지하방을 간 일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곰팡이 냄새에 낮에도 불을 켜지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환경에 어린 아이들이 살고있었다. 그당시 관내에 소년소녀 가장들이 7세대 15명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주거환경이 열악해 대책마련이 절실했다. 이들에게 7.5평 아파트를 매입해 무상임대할 계획을 세워 3억1,500만원을 예산에 반영했다”

  1991년 1월부터 1993년 3월까지 과천시장을 지낸 김재영 전 행정자치부 차관의 비망록에 적힌 내용중 하나다.

  시 전체 면적의 92%가 그린벨트이고 8%의 면적에 80%의 주민이 살고 있는 곳, 전체 주민의 90% 이상이 외지인이며 또 전체인구의 80%이상이 대졸이었던, 인구 7만1천명의 신도시 과천에서 시민들의 애향심을 고취하고 관내 학교를 명문학교로 만들기 위해 전국에서 최초로,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고 학교 운동장에 모래를 깔아주던 김 전 시장은 지역인재 육성을 위한 애향장학회도 만든 인물이다.

  당시로선 감히 엄두도 못냈던, 지방행정 예산으로 교육기관에의 지원으로 김 전 시장은 감사원 감사도 받았었다. 이때 그가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구입했던 아파트들이 소년소녀가장들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떠난 뒤 지금의 공무원 공용주택의 시초가 된다.

  그는 또, 당시에도 집값이 비싸 공무원들이 과천에 거주하지 못해 관악산 산불이나 한겨울 폭설 등 긴급 상황의 대응이 어려운 것을 보고 하급 직원들을 위한 관사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의원들을 설득했다. 여기에 마권세로 어느때보다 풍족해진 과천의 세수도 크게 한 몫 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언제나 타 지역보다 비싼’ 과천집값의 특수성(?)이 만든 과천시의 공용주택, 공무원 관사문제가 2021년 한해를 마무리 하는 266회 과천시의회 2차 정례회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사는 세대로 따지면 57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는 과천의 공무원 관사가, 구 시대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관사가 시민입장에서는 ‘이중특혜’ 같아 고울리 없고, 요즘같은 천정부지의 주거비 시대에 기댈곳 없는 하급공무원들에게는 10%가 채 안되는 직원들에게만 주어지는 천금(?)같은 복지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재건축으로 인해 20억에 육박하는 새 아파트에 공시지가의 15%만 내고 최대 5년까지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시민들의 속은 부글부글, ‘요즘같이 교통이 발달한 시대에 긴급상황에 필요하다는 말이 맞기나 하냐’며 매각해 시민에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공무원들은 ‘비싼 신축아파트에 입주해 특혜를 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며 ‘신규자들은 170만원대 월급 받아 3분의1이상을 주거비로 사용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30년 넘게 일하는 곳에서 최대 5년 거주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과도한 특혜냐는 주장이다.

  10일 시의회가 공용주택 관련 조례를 내년 3월말 기준으로 더 이상 연장해주지 말라고 개정했다. 당초 자신들이 조건부 보류시켰던 것을 이틀만에 본회의를 열어 번복한 것이다. 여론인지, 당론인지 번복사유는 둘째 치더라도 과천시도 이로써 관사에 대한 명확한 방침을 마련해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현재 과천시 공무원의 과천거주 비율은 관사에 사는 57명을 포함해 20% 가량이다. 기간 연장이 안된다면 그 숫자는 더 적어지겠지만, 그것보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지역내 거주하면서 행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시민에 대한 편익이 얼마나 증진됐는지 증명하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공무원의 과천주거비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줄 수 있는 증거와 명분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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