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짓겠다고 박물관 철거하는, 이게 나라입니까?”
“아파트 짓겠다고 박물관 철거하는, 이게 나라입니까?”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2.11.1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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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사업으로 수용위기 몰린 한국카메라박물관

2만7천여 희귀 카메라, 기자재 소장품 ‘공중분해’ 위기

 

3기 신도시건설사업으로 철거위기 몰린 서울대공원 주차장앞 한국카메라박물관
3기 신도시건설사업으로 철거위기 몰린 서울대공원 주차장앞 한국카메라박물관

   “2018년 12월, 3기신도시건설사업이 발표된 이후 그동안 안해본게 없이 다 해봤지만 도무지 방법을 못찾겠습니다. 국토부, LH, 경기도시공사, 과천시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 국민권익위원회, 대통령비서실까지 할 수 있는 곳에는 전부 민원을 넣어봤지만 모두 미루기만 할뿐 도와주겠다는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뒤늦게 카메라와 사랑에 빠져 30년동안 전 세계 100여국을 돌며 수집해온 카메라가 3기 신도시건설 사업으로 인해 공중에 산산히 흩어질 위기에 처했다.

  과천시 대공원광장로 8, 대공원주차장 입구에 위치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은 설립자 김종세(71) 관장이 17년전 지금 자리로 이전해 온, 우리나라 유일의 카메라박물관이며 세계적으로도 개인이 만든 사립박물관 중 최고로 대접받는 곳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제1조, 9조, 13조에 의해 지난 2002년 문체부 제257호로 등록된 한국카메라박물관은 김 관장이 사재 30억원을 털어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30년동안 발품을 팔며 수집해온 그의 분신들이 빼곡이 들어선 곳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 대지 120평, 연면적 280여평 규모인 박물관에는 1839년 카메라의 초기 다게레오 타입, 카메라 옵스큐라, 루시다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카메라가 7천여점, 렌즈 7천여점, 무비카메라 200여 점에 인화장비, 영사장비, 조명장비, 기타 카메라 기자재, 액세서리, 유리건판 필름, 슬라이드와 작품사진까지 약 2만7천여점이 있다. 이 가운데는 생산 당시 단 4점만 생산된 것, 베를린올림픽 당시 손기정 선수를 촬영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한정제작 카메라까지, 저마다 역사성과 스토리를 지닌 카메라가 즐비하다.

  “전체 소장품 중 1/3이 100년이 넘은 것들이예요. 되팔지않겠다고 서약서까지 써주고서야 구매한 카메라도 있고… 정말 귀한 유물이고 국가적 자산인데 그 가치를 아무데서고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납니다” 

  지난 23년동안 성인 관람료 5천원만 받을뿐 사재로 운영하며 1백여차례 이상의 전시회를 열고 도록을 제작해 국공립, 사립 도서관, 박물관에 기증하고 학생들의 교과과정과 연계한 체험학습은 물론 어르신 대상 평생학습강좌도 실시해온 그는 그동안 국무총리 및 행자부장관, 경기도지사 등으로부터 여러차례 유공 표창을 받았으나 3기 신도시 공공택지부지로 박물관이 편입된 이후 철거 위기에 몰려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김 관장은 현재의 자리에 존치를 원한다. 현재 과천에는 2개의 사립박물관이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곳이 개발지구에서 존치 결정을 받은 선례도 있다. 그게 불가능할 경우 이전도 생각해봤다. 그러나 그가 받는 보상가는 평당 1200여만원에 불과한데 요즘 과천 땅값은 평당 5천여만원을 호가해 도무지 방법이 없다.

  지난 4년여동안 관계기관에 수 차례 존치 및 제척을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했지만 모두 ’해당부처 에 이첩했다‘는 답변일뿐이고 그 해당부처는 존치건축물심의위원회 조차 열어주지 않고있다. 심의위 회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 최종 재심청구도 기각돼 12월7일 이후는 수용된다는 결정을 받고 ’정말 막바지에 몰렸다‘는 생각에 울분을 토하고 있다.

  “국민권익위나 문체부 담당자들이 정작 박물관에 와서는 모두 소장품의 규모나 수준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런데 돌아가서는... 박물관이 뭡니까? 문화재적 가치가 있는 유물을 보존하고 후손을 위해 봉사하고 있는 곳이 아닙니까? 그런데 개인이 평생을 바치고 사재를 털어 국가를 위해, 후손을 위해 애써 가꿔온 문화공간을, 아파트를 짓겠다고 철거한다니, 이게 나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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