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풀 몬티(The Full Monty)
특별기고 - 풀 몬티(The Full Monty)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3.10.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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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빚은 천조국을 달성하고, 넘쳐나는 연휴에 중소기업 사장들은 긴 한숨을 쉬고... "

이순형(수필가)

 

  '옷을 몽땅 벗는다'라는 뜻의 이 어색한 제목은 1998년에 히트한 영국 영화의 제목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맨체스터로 기억되는 철강 공업지역에 불황이 닥치자 실직자들이 거리를 메운다. 아내의 바가지를 피해 집을 나온 아빠들은 새 직장을 찾아 헤매지만 매일 빈손이다. 혹시 구인광고가 없나 하고 신문 구석구석을 훑어보고, 적은 기회라도 나오면 달려가 면접을 보지만 ‘혹시’는 늘 ‘역시’로 끝난다.

  그렇게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직장동료들이 돈벌이의 궁여지책으로 남성 스트립 쇼단을 꾸려보자고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되고, 회사 중역이었던 중늙은이부터 노동자였던 중년의 흑인 남자까지 알량한 체면을 벗어던진다. 허름한 창고를 빌려 오디션을 보아 스트리퍼를 여러명 고르고, 무대를 꾸며 연습을 시작한다. 평가해줄 관객이 있어야 하겠으니 아내와 누이의 친구 등 나이든 여자들을 불러모은다. 할머니까지 끼어 있는데, 흥미를 잃은 그녀는 뜨개질하며 연습하는 남자들을 힐끗 보며 냉소적인 웃음을 흘린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공연할 맥주 홀을 예약 한다. 이런 소문이 마을에 퍼지자 여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공연은 단속대상이 되는지 경찰에서 냄새를 맡고 체포될 위기까지 몰린다. 급히 취소하려고 하지만 이미 맥주를 산더미처럼 사다 놓았다는 가게 주인의 변상하라는 협박에 단 한 차례만 공연하기로 한다.

  영화는 중년 여자들로 초만원을 이룬 술집에서 배 나온 중년 남자들이 무대에서 춤을 추며 하나씩 옷을 벗다가 마지막으로 다 벗는 뒷모습에서 끝난다. 실업자들의 슬픈 이야기지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반전을 거듭하면서 코믹하게 구성한 줄거리가 이채롭다.

  이 영화를 주말의 명화로 보면서 사람이 한계상황에 몰리면 저런 발상까지 하는구나! 혀를 차며 순간 포항과 광양이 떠올랐다.

  영화의 첫 장면은 철강을 만드는 로(爐)에서 쇳물이 흘러나오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번성했던 그 지역이 한국과 일본 등 추격자들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잃고 몰락하면서 녹슨 벨트(Rust Belt) 지역이 되었다고 자막이 흘렀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사회인 지구촌에 서 우리나라의 철강회사라고 영원할 수는 없을텐데, 동남아 후진국들이 제철공장을 마구 세운다는 신문기사를 보면서 과연 우리의 철강산업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요즈음 서유럽은 병들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의 경제가 옛날 같지 않다고 아우성친다. 극성스러운 노조가 더 많은 임금과 휴일을 원하는데 기업인들 무슨 수로 감당할 수 있겠는가? 중국과 인도 등 임금이 싸고 경제가 발전하는 나라로 탈출하기 때문에 결국 실업자가 폭증한다. 유럽을 여행해보면 여러 가지로 궁핍하게 보인지는 오래되었다. 과도한 자유에 집시들의 좀도둑질부터 시민들의 부도덕한 무질서까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음을 본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렸다는 소리를 듣는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가?

  공휴일이 주말로 겹치면 대체 휴일을 주고, 아예 주 4일 근무까지 공론화하자는 정치인들이 주목을 받는다. 나랏빚은 결국 나라 안에서 돌고 도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민생을 위해 더 많은 빚을 내서 서민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주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거대 정당의 대표이다.

  지난 정권 5년 사이에 나랏빚은 천조국(千兆國) 을 달성하였다. 만세라도 불러야 하나? 추석 연휴를 길~게 보내면서 중소기업 사장은 한숨을 길~게 내쉰다. 이러다가 나도 폐업하는 중소기업 사장들 모아 Full Monty라도 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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