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려장은 어르신 건강·장수·품위 상징하는 보물 지팡이”
“청려장은 어르신 건강·장수·품위 상징하는 보물 지팡이”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2.11.23 17: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 내내 명아주지팡이 만들기 구슬땀 흘리는 래미안슈르 경로당 회원들

 

'어르신해피워크사업'의 하나로 1년내내 청려장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는 래미안슈 르경로당 회원 8명이 지팡이를 다듬고 있다.
'어르신해피워크사업'의 하나로 1년내내 청려장 만들기에 매달리고 있는 래미안슈 르경로당 회원들이지팡이를 다듬고 있다.

 

  노인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효도지팡이, 청려장을 만들기 위해 1년내내 땀을 흘리고 있는 경로당 회원들이 있다. 몇 년 전부터 이름도 생소한 청려장을 만들기위해 1년내내 정성을 다하고 있는 래미안슈르경로당(회 장 권기석) 회원 8명이 그들이다.

  처음에는 권기석 회장을 비롯한 회원 몇몇이 좋은 뜻으로 모여 만들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어르신 해피워크사업’으로 채택돼 1년중 6개월간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 3시간씩 소일꺼리 삼아 하기로 돼 있으나 이젠 ‘소일꺼리가 아닌 주업’이 돼버린 것이다.

  5월부터 11월까지 거의 매일, 시가 갈현동 자원정화센터 앞 시유지 100여평을 내줘 올해부터 사용하고 있는 작업장으로 나오는 이들은 특히 여름내 비가 많이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혹시 명아주가 해를 입었을까 노심초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작업장에 나오게 된단다.

  “3단지 경로당 150명 중 자원자가 8명에 불과해요. 여간 힘든 일이 아니거든. 사명감과 책임감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예요”

  한달에 8일, 3시간 일하는 것으로 정해져 이들이 받는 월급(?)은 21만원, 그러나 명아주를 수확해 한창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이들은 ‘월급’ 이라는 말에 헛웃음을 짓는다.

 

완성되기 직전의 청려장, 찌고 말리고 색칠하고, 다시말리는 과정이 반복된다.
완성되기 직전의 청려장

  흔히들 지팡이가 다 비슷할 것이란 생각이겠지만 보행이 불편한 노인들의 길친구가 되어주는 지팡이는 우선 무겁지 않아야 하고 또 단단해야한다. 이런 점에서 청려장은 지팡이 가운데 최고로 치는 효도지팡이다.

  청려장은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 풀 명아주 줄기로 만든 지팡이다. 그저 흔한 풀이지만 줄기가 1.5~2m까지 자라고 지름도 3cm까지 큰다. 또 피부 습진이나 독충에 물렸을 때도 찧어 바르기도 했으며 여린잎은 나물로도 먹었다고 하는데 ‘이 줄기로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면 중풍에 걸리지 않는다’라는 글이 본초강목에도 나와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때부터 청려장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며 조선시대에 와서는 50살이 되면 아들이 명아주 줄기로 효도지팡이를 만들어 부모에게 선물했고, 60에는 마을에서, 70이 된 노인에게는 나라에서, 80살이 된 노인에게는 임금이 직접 하사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청려장은 집안에 두기만 해도 악귀를 쫓는다며 신성시 했으며 지난 9월 서거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방한했을 때도 선물로 전달되기도 했다. 현존하는, 최고로 오래된 청려장은 퇴계 이황 선생이 쓰던 것이 퇴계유물관에 남아있다.

  보행이 자유롭지 못한 노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지팡이지만 청려장을 만드는 일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먼저 씨를 뿌려 키워야 하지만 흔한 들풀이 씨앗이 따로 있을리 없어 들에 제멋대로 피어있는 것을 캐다가 모종으로 심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지팡이로 사용할 수 있게 곧게 자라도록 뽈대도 세워줘야 하는 것은 물론 손잡이를 만들 수 있도록 끝도 휘어지게 만들어야 한다. 또 정성스레 아침저녁 물도 줘야하고 줄기가 굵어지도록 쓸데 없는 가지도 쳐줘야 한다.

  이렇게 여름내 공을 들인 명아주를 캐내 800°C 끓는 물에 삶아 줄기에 남아있는 균과 충을 제거하고 단단하게 만든 다음 옹이나 껍질을 일일이 제거하고 매끈하게 사포질을 해야 한다. 그 후 말리고 색칠하고 하는 과정까지, 4월말~ 5월초 모종을 심으면 그 이듬해 3월에야 끝나는, 꼬박 1년이 걸리는 작업인 것이다.

  지난 1983년 신도시 입주당시부터 과천서 살았다는 권기석 회장은 전국 제1호의 퇴직공무원 봉사단, 과천상록봉사단을 만든 인물로 “말이 지팡이지, 청려장은 어르신들의 건강과 장수, 품위를 상징하는 보물지팡이”라고 말한다.

  “청려장을 만들면서 오히려 소일거리가 생겨 우리 건강도 좋아진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가 청려장을 들 때까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기쁜 일이지” 이들이 만든 지팡이는 매년 노인의 날에 즈음해 장수 노인들에 게 의미를 담아 전달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