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정책원 수기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처음엔 망설이시다가도 의향서를 작성하신 후엔 '잘 한것 같다', '마음이 편해졌다'는 어르신들을 뵈면 보람을 느낍니다."
과천시보건소에 근무하는 박병남(54. 원문동) 상담사가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실시한 2024 연명의료 결정제도 수기 공모에서 '종사자'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란 생애 말기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치료의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연명의료)을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는 제도로 2018년 2월부터 시행됐다. 1997년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우리나라 최초로 존엄사 판결을 이끌어냈던 우리 과천의 '김 할머니' 사건이 연명의료결정법으로 법제화되어 20여년만에 시행을 맞게 됐고 이에 따라 유사시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본인의 의지를 미리 밝혀두는 것이 '사전연명의료 의향서'이다.
이 제도는 이전부터 제기되어 오던,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의료행위를 거부하고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자는 것이기도 하지만 한켠에서 보면 의료진에게도 '책임'을 덜어주는 보호장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은 환자 본인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무리한 연명의료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골절이나 통증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년 1월부터 과천시보건소에서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작성을 돕는 기간제 상담사로 근무중인 박 씨는 간호사이다. 일선에서 15년을 근무했고 아주대에서 정신보건전문 간호사 과정도 이수한 그는 그간 여러 기관과 시설에서 운영하는 '죽음'과 관련된 교육 등을 거쳐 현재 가톨릭 생명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이번 수기에 준비없이 맞았던 친정부모님과의 이별을 통해 느꼈던 '좋은 죽음'에 대한 생각과 사전연명의료 상담사로서 겪은 경험들을 잘 녹여낸 그녀는 올해 430여명의 의향서 작성을 도왔다.
사전 연명의료 의향서는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작성 가능하지만, 막상 의료행위를 중단할 때는 남은 가족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적용되지 않는다. 또 의료행위를 중지하려면 반드시 환자가 임종 과정에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전문의 2명이상으로 구성된 생명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종합(대학) 병원에서 판단해야 한다. 안양 관내에는 한림대 병원과 샘병원 2개소가 있다.
의향서는 반드시 본인이 작성해야 하며 중간에 생각이 바뀌면 철회나 변경, 취소도 가능하다.
"가끔 이런 제안을 받는 어르신들 중에는 '자녀들이 돈(의료비)이 아까워 그러나' 하는 생각에 섭섭해하시거나 노여워 하시는 어르신들도 있지만, 상담을 통해 생각을 바꾸시고 자녀들을 모두 동반하고 보건소로 찾아오시는 어르신도 계세요. 자녀들 모두 있는 자리에서 본인의 뜻을 밝히시고는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고마워하셔서 제가 더 감사했습니다."
친정과 시부모님의 임종을 겪으며 '좋은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는 박 씨는 "누구나 한번은 모두 죽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 애도할 수 있어야 하고 떠나시는 분도 인간으로서 품위있는 임종을 준비할 수 있어야 좋은 죽음인 것 같다"며 "기회가 닿는다면 3~40대 젊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죽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교육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밝힌다.(보건소 사전연명의료제도 상담 T.2150-35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