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목정(995)-빈 필 앙상블
율목정(995)-빈 필 앙상블
  • 과천시대신문
  • 승인 2024.01.2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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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복 마니 바드쎄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13명으로 구성된 필하모닉 앙상블이 지난 12일 과천시민회관 대극장 무대를 찾았다.

  이전 궁정음악회 등 콘서트가 열릴 때마다 오디션을 통해 그때 그때 임시로 꾸려졌던 연주단에서 벗어나 1842년 지휘자 오토 니콜라이의 주도 아래 상설 콘서트 오케스트라로 발족된 비엔나 필 하모닉은 이후 180여년 동안 구스타프 말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전설 적인 거장 지휘자들과 공연하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명성을 떨쳐왔다.

  빈 필은 특히 매년 1월1일 정오를 기해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1세와 2세, 요제프 슈트라우스 등 빈 출신 작곡가들의 왈츠와 폴카, 행진곡 같은, 비교적 귀에 익숙한 곡들로 신년음악회를 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 세계 40여 국가로 중계되는 이 음악회에서는 미리 촬영한 발레공연을 화면을 통해 보여주며 신년의 희망찬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렇듯 이름만 대면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빈 필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오보에 등 13명 연주자들로 구성된 앙상블이 12일 과천을 찾는다는 소식에 티켓은 오픈 하자마자 매진됐고 당일 대극장 로비는 모처럼 들뜬 관객들로 북적였다.

  ‘과천에도 이렇게 많은 클래식 매니아들이 있었는가’, 세계 최 정상급 연주를 과천의 내집 안방에서 라이브로 즐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대극장에는 설레임과 긴장감마저 감돌았고 인터미션을 포함해 2시간 이상 진행된 연주회는 자신감 넘치는 연주자들의 기교만이 가득했다.

  역시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경쾌한 왈츠와 폴카가 주를 이룬 이날 공연에서 레오 들리브의 폴카가 손으로 현을 튕기는 피치카토로 연주될 때는 경쾌함을 넘어 이미 봄이 온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날 13명의 연주자들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예정된 곡을 모두 소화한 뒤 자리를 떴으나 ‘앵콜’을 원하는 관객들 기립 박수소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나와 빈 필의 신년음악회 피날레곡인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과 ‘라데츠키 행진곡’을 연주한 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고 공연을 마쳤다.

  마치 비엔나 신년음악회에 초대받은 것같은 행복한 느낌으로 충전한 관객들은 만족스럽고 황홀한 표정으로 자리를 뜨지 못했고 대극장 로비에서 마주친 연주자들은 친절하게 일일이 관객들과 사진도 함께 찍어주었다.

  코로나 19로 뜸했었던 대극장 음악회가 모처럼 살아나는 것 같았던 이날의 분위기는, 사진촬영을 금한다는 몇차례의 안내 방송에도 연신 휴대폰을 눌러대 몇차례 제지받은 몰지각한 관람객을 제외하면 모두가 성숙했다. 이날의 공연은, 역시 수준높은 공연을 알아보는 수준높은 과천시민들임을 증명한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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